구민정

구민정

MINJEONG KOO


캔버스 밖으로 나온 오묘함

보라색은 ‘오묘함’인 것 같아요. 분홍색도 닮아 있고 푸른색도 닮아 있는 중간 지점의 오묘함. 예전부터 그림을 그릴 때면 보라색이 자주 들어가더라고요. 일부러 다른 색들만 쓰다가도 어느 순간 보라색을 내기 위해 색을 섞고 있었고요.
평면 속 만화의 이미지를 밖으로 꺼내 움직이는 존재들로 보여주지만, 동시에 정지된 상태 속에서 나타내는 것. 움직임과 멈춤 그 사이를 넘나드는 오묘함이 보라색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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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 구민정의 작업이 너무 궁금하다.

드로잉 설치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재료들을 해체하고 다양하게 조합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작업인데요. ‘아와와’ ‘튭튭’ ‘호르호 호르호’와 같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사물들의 의성어를 시각적 설치물로써 표현하고 있어요.

 

Q. 인간 ‘구민정’은 어떤 모습인가?

평소의 제 모습을 본다면 놀라실지도 몰라요. 굉장히 게으르거든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무엇이 됐든 완전히 안 해 버리는 거죠. 밥도 안 해먹고, 운동도 안 하고… 사실 설치작업에 몰두할 때는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 핑계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평소에는 엄청나게 게으름을 피우죠.

 

Q. 잠, 게으름, 작업 이외의 시간들에 대해 더 듣고 싶다.

작업 다음으로는 전시 보러 다니는 걸 무척 좋아해요. 보고 싶던 전시를 챙겨보지 못할 때면, 뭔가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기도 해요. 미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라는 일도 계속 하고 있는 거겠지요.

 

 Q. 미술을 대하는 구민정은 열정적인 학구파를 연상케 한다.

작업에 있어서 이제는 아마추어 단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끊임없이 작업하려고 해요. 대학원 때 만난 ‘오인환’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불광동의 ‘카페 모리스(Cafe Morris)’라는 예쁜 공간에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우리 이렇게 미술 하고 있는 거 굉장히 괜찮은 일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해 주시는, 정말 본받고 싶은 분이죠. 지금 제 단계에서 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때론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해 나가다 나중에 저런 어른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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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교육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참 재미있다. 그래서 작업실에도 몇 점씩 모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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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3년간 패션과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의상을 할 때도, 미술을 할 때도 다양한 색감과 패턴의 천들은 항상 내 곁에서 영감을 주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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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돈을 모아 만화책 사는 게 중학교 때까지 취미였다. 방학 때가 되면 방 안에 틀어박혀서 혼자 만화만 그린 적도 많았다. 어쩔 땐 오타쿠였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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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끝말잇기 같은 걸 자주 한다. 어떤 사물을 상상하며 ‘이 아이는 이런 소리를 낼 거야, 이런 폭발음을 가질 거야’ 하는 식으로 이미지와 음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끝말잇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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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그렸던 유화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