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박지혜

JIHYE PARK


관계와 욕망의 콜라주

저는 청록색을 좋아해요. 어둡지만 한편 밝은 느낌이 드는 게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언뜻 생각하면 굉장히 싱그럽지만 색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결국 검정으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초록 숲’ 하면 절로 피크닉이 떠오르는 밝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버릴 수도 묻을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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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 박지혜는 어떤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있는지?

영상과 콜라주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 가장 가까운 관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이런 것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비트는 동시에 동화의 소재를 이용해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 주고 있어요. 숨겨진 얼굴이라고 할까, 감춰져 있다가 어느 순간 드러나는 것들을 포착해 소재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지요.

 

Q.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섬뜩한 데가 있다.

동화가 원래 잔인해요. 언뜻 들으면 예쁜 이야기인데 사실 기괴한 장면도 은근히 많아요. 아이들 목이 잘려 있다든지, 한쪽 팔이 엮어져 다른 형태를 이룬다든지. 동화의 예쁨과 기괴함이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재미있더라고요. 요새 새로 하는 작업 중에 꽃으로 콜라주 하는 게 있어요. 언뜻 보면 거대한 부케인데 자세히 보면 새들이 파묻혀 죽어있는 식이죠. 하지만 한눈에 봐서는 표가 안 나요.

 

 Q. 음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고 하던데?

예전에는 씨디 모으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일반 씨디 말고 직접 만들어서 공연장에서 파는 씨디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모으는 게 뿌듯했죠. 어릴 때는 <락킷> 같은 잡지를 사서 모으는 데에 재미를 느꼈고, 더 나아가 매달 음악 잡지를 사서 공부할 정도였어요. 제가 처음 심취하게 된 음악이 하드락이었거든요. ‘메탈리카(Metallica)’를 좋아하다가 ‘밴 헤일런(Van Halen)’ 같은 멜로딕한 하드락도 많이 듣고 그랬지요.

 

 Q. 작업할 때 듣는 음악이 따로 있는지?

아이슬란드 그룹 ‘뭄(múm)’의 음악을 항상 좋아했어요.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밤에 틀어 놓고 콜라주 작업을 많이 했지요.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면 시곗바늘이 빨리 돌아가는 것 같아요. 스웨덴 출신 싱어송라이터 ‘옌스 렉만(Jens Lekman)’의 곡도 듣곤 해요. 예전에는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음악들이 있으면 저만 몰래 들었어요. 제가 발견하고 제가 좋아하게 된 보석 같은 음악을 혼자만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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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byrinthos (2 Channel Video, 2013) “인도에서 세 자매가 성폭행 당한 후, 우물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손을 뿌리치는 모습이라든가 미묘한 어깨선, 속눈썹 등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 어린 아이의 느낌을 살려서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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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아서 좋아하는 밴드와 노래들이 너무 많다. 쓸쓸함을 머금은 보컬 Justin Vernon의 라이브가 참 매력적인 아이슬란드 그룹 ‘múm’의 [Joanna Newsom]은 나의 베스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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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anesce (1 Channel Video, 2015) “영상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모델을 직접 연출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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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st in the fathomless waters (1 Channel Video, 2011) “예전에는 영상 작업에 직접 출연했었다. 한겨울 창고에서 촬영하던 중 전기까지 끊겨 추위에 떨면서 새벽까지 고생해준 스태프들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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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 보컬 남상아 님의 작품 감상평: “내가 어릴 때 정말 아끼던 그림 동화 전집이 생각난다. 세계 각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아름답고도 또 때론 기괴하던 그림들… 박지혜 작가의 작품은 마법에 걸린 듯 상상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기분이다.”

 
 

 

박지혜 작가의 Full Story는

A WORK BOOK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